1991년 「작가세계」로 데뷔한 뒤 한국 시단에서는 만나볼 수 없던 독특한 개성과 그만의 리듬으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한 시인 박상순이 햇수로 13년 만에 선을 보이는, 네번째 시집이다. 오랜 시간의 침묵이 52편의 시에 아주 녹녹하게, 그러나 녹록치 않은 맛의 여운을 느끼게 한다.
1 슬픈 감자 200그램 대장, 코만도르스키예 나의 물고기 남자 왕십리 올뎃 요코하마의 푸른 다리 논센소 샤를로트 엘렌 그 칼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23년 뒤 -2 새로 단 문밖에는 현실은 내 웃음을 모방한다 유령이여 안녕 내 봄날은 고독하겠음 나는 네가 달을 한입 베어 물면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할머니들의 동그라미
2 나의, 단풍잎 같은 생일 아침 핀란드 도서관 별 좀 이쁜 누나, 순수 연정님 사바나 초원에서 만나면 당나귀 달력으로 30년 요괴들의 점심 식사 ‘나-수탉’은 오늘 바나나 나무처럼, 수선화처럼 여배우 김모모루아는 바르셀로나에 갔다 음악은 벽 속에 있다 꽃의 소녀 6월의 우주에는 별 향기 떠다니고 열 걸음 스무 걸음, 그리고 여름 장화 신고, 장화 벗고 바람은 감자를 하늘만큼 좋아해
3 이것은 죽은 말의 여름휴가 공구통을 뒤지다가 네가 가는 길이 더 멀고 외로우니 목화밭 지나서 소년은 가고 I will wait for you 뜨거운 야구공 하나가 날아와 기린 아가씨와 뜀뛰기 네가 나를 영원히 사랑한다 해도 철문으로 만든 얼굴들 새콤달콤 프로젝트 할아버지와 대서양과 황금 팔과, 나와 가을과 한낮의 누드 오늘, 시인 언니 병신 돋는다 무대 내가 그린 기린 그림 고래와 시금치 크레이지 하트 포에트리 클럽 여름밤의 꿈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