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장흥 탑산사터 - 화엄이 잡화雜花려니, 천관산에 피었구나 동살에 물든 아육왕 탑, 구름이 뒤덮고 설화는 설화일 때 가장 아름다운 법 바람 소리마저 천관보살의 설법 같구나 화엄이 은빛 억새가 되어 온 산에 가득하네 ⊙ 천관산 탑산사터
3장 벌교 징광사터 - 내 몸을 새와 짐승들이 마음대로 먹게 하시오 수조엽락이면 체로금풍이라 백대의 원수가 되려면 나를 다비하시오 철감국사가 쉬면서 선법을 닦던 곳 맑은 선풍이 에워쌌던 선종 사찰 염불이나 선은 같은 것이라네 가혹한 종이 부역과 절을 떠나는 스님들 유불은 서로 다르지만 또 같은 것 중도 선비도 아닌 초의선사 ⊙ 금화산 징광사터
4장 화순 운주사터 - 그대,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가 절인가 하면 절터이고, 절터인가 하면 절이네 진한 여운이 넘실거리는 현재진행형 법당이 된 쌍배불감과 추석 때의 난장 운주사의 두 축, 천불천탑과 쌍배불감 전체가 하나를 이뤄 큰 너울이 되었네 ⊙ 천불산 운주사터
5장 영암 용암사터 - 누가 눈물겨운 그곳에 절집을 지었는가 누가 눈물겨운 그곳에 절집을 지었는가 먼 곳에서만 보이는 절터의 본래면목 애써 모른 척해도 이내 그리워지는 정경 산중에 은거 중인 절터와 마애불 불교를 비방하는 것이 곧 유교를 비방하는 것이다 유성이 흐르듯, 불꽃이 튀듯 해야 하는 수행 높이 계신 까닭은 구름을 타고 하생하려는 것인가 특이한 1마애불 쌍탑의 가람 구조 모질게도 잊히지 않는 붉은 노을빛 ⊙ 월출산 용암사터
7장 강진 월남사터 - 혜심이 연못 속에 노닐던 중을 우연히 만나다 공명이란 하나의 깨질 시루이네 저 위, 저 건너 혹은 고개 너머 전체로 살고 전체로 죽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힘 ⊙ 월출산 월남사터
8장 곡성 당동리 절터 - 그릉게 저 팔 옆에소 아그들이 안 달라붙었소 젓갈처럼 짭짤한 보성강 풍경 이것이 강인가, 아니면 술인가 그 어느 근사한 대웅전의 부처님이 이만하실까 “거그가 어덴지는 우덜도 모르제” ⊙ 곡성 당동리 절터
9장 무안 총지사터 - 씻김을 벌여야 하나, 수륙제를 치러야 하나 무뚝뚝하게 서로의 연꽃 방죽을 거닐다 옴 마니 반메 홈 촌옹의 분개, 그리고 권세가들의 탐욕 사람이나 사물이나 지켜야 할 제자리가 있다 민간신앙과 불교의 만남, 돌장승 “묵고 살라고 안 그랬소, 땅이라도 파 묵어야지.” ⊙ 무안 총지사터